노장 레슬러의 선택 ; 언더테이커가 지다니!!!! 스포오츠~

프로레슬링까지 챙겨보기엔 바쁜 한량이라 주요 PPV 정도만 챙겨보는 수준인데, 레슬매니아는 꼭 챙겨봐야지. 암. 정말 가끔씩만 봐서 대립구도도 잘 모르니 대충 푸쉬 받는 선수가 누구인지만 살펴보며 관람했다. 암튼 레슬매니아30은 새로운 세대의 출현이 두드러졌던 것 같다. 세자르가 빅쇼를 바디슬램으로 넘겨버리다니.. ㅎㄷㄷ. 와이엇 패밀리 기믹... ㅎㄷㄷ그런데 어. 언더테이커가 레슬매니아에서 졌다? 브룩레스너에게 F5 세방 맞더니. 아!!! 졌네.. 아.. 아니다... 그러니까 언더테이커가 '레슬매니아'에서 졌다!!!!! 졌네?? 진짜!!!

분명 프로레슬링은 엔터테인먼트이며 쇼이다. 각본이 있고 배우가 있다. 프로레슬링 선수들은 이른바 기믹이라 불리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설정하고 각본에 따라 연기를 한다. 각본이 있다는 말은 프로레슬링 단체에 의해 챔피언이 결정 될 수 있다는 말이고, 경기의 승패가 모두 통제된다는 말이다. 그 점 때문에 프로레슬링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바로 그 점이 프로레슬링을 재미있게 만드는 요소다. 특히 레슬링 단체 중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WWE는 영웅을 만드는 서사와 마케팅을 이용한 흥행 공식을 그들만의 노하우로 체화한 상태다. 그들은 몇 번의 부침이 있을 때 마다 새로운 영웅을 기획해 내며 어려움을 돌파해 냈다. WWE라는 가상세계를 허물어버리며 협회의 수뇌부들에게 조롱을 퍼부었던 CM펑크를 새로운 안티히어로로 탈바꿈시켜 위기를 돌파한 기획은 이런 영리한 선택의 일례라고 볼 수 있다. 각본이 있는 쇼이기 때문에 대중의 호흡을 영민하게 읽어내고 트렌트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우리가 원하는 영웅을 적재적소에 배치시킬 수 있는 것이 WWE 서사의 핵심이라 볼 수 있다. 게다가 확연히 구획된 선/악의 구조는 곧 정의의 승리로 끝나는 통쾌감마저 선사한다. 프로레슬링이 각본이건 뭐건, 우리가 그 세계에 동조해 몰입할 준비가 되어있다면 WWE는 완벽한 환타지를 우리에게 선사해준다.

그러나 프로레슬링 또한 쇼이기 이전에 살과 살이 맞부딪히고 엄청난 체력과 신체능력을 필요로 하는 운동의 영역이다. 단기간이긴 하지만 브룩레스너가 MMA 챔피언을 획득했던 일이나,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프로레슬링을 하는 것이 레슬러들의 엄청난 신체능력을 반증하는 예이다. 아무리 스토리라인을 잘 짜고 대립 구도를 잘 기획한다고 해도 선수들의 기술과 경기력이 허접하다면 금세 인기가 사그라들 것이기 때문이다. WWE가 경기의 승패를 통제하고 챔피언을 정하기는 하지만 선수 개인의 경기력, 운동능력이 뛰어나지 않다면 마이크웍이나 대중적인 인기만으로 쉽게 챔피언 자리를 내어줄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인기가 많은 레슬러일지라도 노회하고 기술이 딸리기 시작하면 링을 떠날 수 밖에 없다. 신체능력이 떨어지면 부상의 위험이 커지기도 하거니와 그보다 먼저 팬들이 그의 승리를 인정할 수 없게 될테니 말이다. 스토리에서 개연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것 처럼 프로레슬링의 개연성에서 한 선수의 신체능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그런 측면에서 언더테이커는 활용의 가치가 점점 작아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의 어마무시한 인기라면 지금 챔피언의 자리에 올라도 팬들은 환호할테지만 그의 떨어지는 신체능력이 이를 용인하지 못 할 것이다. 그러나 레슬매니아였다. 무려 레슬매니아에서 언더테이커가 진 것이다. 그의 역대 레슬매니아 전적은 21승 무패다. 물론 이것 또한 각본에 의한 '만들어진' 기록이지만 그 연승은 그가 캐릭터를 연기함에 있어서의 성실함과 카리스마를 바탕으로한 팬들의 신뢰와 WWE의 용인없이는 이루어 질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1승 1승은 충분한 개연성을 획득한 것이며 그의 1승 1승은 '짜여진' 이라는 수사로 폄훼될 수 없는 타당하고 귀중한 것이다. 그런 그가 패배를 '선택'했다. 선택했다고 밖엔 볼 수 없다. 앞서 말했든 레슬링이 짜여진 각본이라면 그리고 레슬매니아에서 언더테이커의 연승이 가장 중요한 이벤트 중 하나라면 당연히 WWE는 그의 연승 기록을 늘려 주는 쪽으로 '선택'되었어야 마땅하다. 
                               <경기 직후 뇌진탕으로 실려갔다는데 스팅과 대립 떡밥이 있긴  
                                   하지만 아마 은퇴의 수순을 밟을 것 같다. 쾌차하십쇼 형님!!!>

이 1패를 두고 말들이 많다. 레슬매니아에서 언더테이커가 패배할 수는 있다. 물론 그의 기록이 영원불멸의 기록으로 남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이지만 그를 뛰어넘을, 새 시대를 열어젖힐, 새로운 영웅에게 그의 자산을 넘겨주는 것도 가치있는 일이다. 따라서 그의 1패는 WWE가 아끼고 아껴뒀던 가장 큰 떡밥이었다. 그러나 PPV에 가끔 얼굴만 보이는 일용직 레슬러인 브룩레스너에게 패했다는 것은 어떠한 개연성과 명분도 찾아보기 어렵다. 유일한 이유라면 언더테이커를 이길 레벨의 선수가 브룩레스너라는 것이다. 질만한 선수에게 졌다.는. 그러나 이건 월드컵서 한국에게 브라질이 패배하는 그런 이변의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사랑하는 여자가 알고 보니 친동생이었다는 막장 드라마 플롯에 가까운 1패다. 개연성 없는 반전영화가 허무하듯 이 1패를 바라보던 현장의 레슬링 팬들의 야유도 환호도 없던 그 멍한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의 유산은 새로운 세기를 열 신성에게 갔어야 옳다.

레슬링 오덕들의 블로그를 살펴보니 언더테이커가 이 패배를 '선택'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리고 오늘 또 보니 wwe 오너 빈스 맥마흔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뭐 어찌됐건 wwe 전설인 언더테이커의 합의없이 이 패배가 이루어졌을리 없으니 언더테이커가 '선택'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경기 내내 예전의 모습은 많이 잃은 듯 이미 힘겨워 보였다. 그의 피니쉬 중 하나인 라스트 라이드도 어이없을 정도로 짧은 딜레이 끝에 무력하게 들어갔다. 자신의 폼이 떨어져가는 걸 가장 잘 알았을 언더테이커가 앞으로 이런 졸전을 보여주느니 패배하는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을 수 도 있다. 슬픈 일이 있어도 무대 위에선 잊고 남을 웃겨야 하는 코미디언의 삶처럼 자신의 약함과 노쇠함을 잊고 무대 위에서 강함을 연기해야 하는 레슬링 영웅으로써의 삶이 그에겐 힘겨웠을 것이다.

경기가 끝나고 뇌진탕 기운인지 첫 패배의 회한인지로 언더테이커는 비틀거리며 링 위를 쉽게 떠나지 않았다.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신의 커리어가 끝나가고 있음을, 혹은 드디어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다는 후련함을 느꼈을까? 30년 동안 업계 최고의 위치에서 프로레슬링을 이끌었던 한 노장의 이 패배는 단순한 1패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듯 하다. 서른번째 레슬매니아에선 WWE가 선호하는 최고의 빅맨들을 물리치며 비교적 작은 체구의 테크니션 대니얼 브라이언이 통합 챔피언에 등극했다. 그는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을 스스로 쏳아올렸다. 그리고 과거의 영웅이던 한 레슬러의 유산은 드디어 종언을 맞이했다. 관중들이 외치는 'Thank you Undertaker!!' 구호 속에 묵묵히 돌아서던 한 노장 레슬러의 뒷 모습을 끝으로 말이다.
                                                 <보라!! 언더옹 패배 후 충격에 휩싸인 흑형의 표정을.>



덧글

  • 2014/04/15 14:5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4/15 17:5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Positive P 2014/04/29 02:05 # 답글

    저도 봤습니다 언더테이커... 정말 좋아했던 레슬러였는데 한동안 안보다가 이번에 레슬매니아를 한다기에 찾아봤더니 왠지 체구도 예전만 못하고 얼굴도 피골이 상접한.. 뭔가 기술들을 구사하는데에도 힘겨워보이고 안타깝더라구요 개인적으로 새로운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데니얼 브라이언이 쐈다는 것에 대해 조금 아쉽더라구요 뭔가 요즘은 더락이나 스톤콜드같은 스타성있고 이목을 끌만한 연기력을 갖춘 선수가 부족한 듯해요 경기력은 좋긴하지만 확 끌리는 건 없는 듯해서요 그나마 존시나 보는 재미로 가끔..ㅋㅋ 그나마 새로운인물중엔 쉴드에 로만이 괜찮더라구요
  • 개짖는소리 2014/04/29 06:35 #

    레슬매니아를 계기로 요새 다시 재미를 가져보려는데, 스톤콜드나 더락 같은 선수들이 활약하던 황금기의 임팩트는 없어 보이더라구요. 그래도 괜찮은 기믹을 가진 몇몇 레슬러가 보여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 확실히 요새는 쉴드랑 와이어트 패밀리가 빅 푸쉬더군요. 전 로만 같은 미남 간지 캐릭터 보단 와이어트 같은 뚱뚱이 변태 캐릭터가 더 마음에 들지만요....ㅋㅋ
  • 에아 2014/04/29 08:04 # 답글

    언젠가부터 프로레슬링에 대한 관심이 떠버렸지만 그래도언더테이커옹의 경기 만큼은 챙겨봤던 사람입니다만...근 몇년간 언옹은 레슬메니아 밖에 안나오실 정도로 몸의 노화와 부상이 심각하신고로 은퇴야 언제하셔도 별수 없다고 맘을 정리하고 있었고 그게 레슬메니아의 연승실패로 이어질거란 것도 충분히 각오하고 있었습니다...근데 그 패배가 사람 좋다는 존시나 조차 싫어하는(각본상이 아니고) 브록이라니. 창창한 유망주도, 언옹과 시대를 풍미한 레전드도 아니고 단기알바 뛰는 저 싸가지라니...저주한다 빈스맥마흔..
  • 개짖는소리 2014/04/30 01:18 #

    브록 레스너 아들내미가 지 아빠 믿고 UFC 라커룸에서 활개를 친다는 이야기 듣고 더 싫어졌던 브룩 레스너. 케인 벨라스케스가 어찌나 고맙던지요. ㅋㅋ 정말 언더테이커가 브룩 레스너 한테 졌다는건 정말 미스였던 것 같아요. 명분도 실리도 감동도 없는 1패였죠. 아.. 하필이면 브룩레스너라니. 은퇴까지 걸고 경기했던 숀 마이클스는 뭐가 되는건지.. 아쉬울 따름입니다.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