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 듣는 재미... 라면서 나는 벅스 뮤직 빠!! 음...악

대중음악에 대한 심미안을 발달시켜 자신만의 개성이 두드러지는 라이브러리를 구축하는 것은 꽤 매력적인 일이다. 그러나 '지극히' 주관적인 개인의 취향을 만들어내는 것은 몇년 오덕질 한다고 쉽게 생기지 않는다. 꽤나 많은 시간을 리스닝에 할애한다 해도 '간신히' 주관적인 나름의 취향을 얻어낼 뿐이다. 그냥 '좋다'를 넘어 자신의 취향이 닿아있는 곳의 지형적 모습이 들쑥날쑥하지 않고 일관적이면서도 개개의 개성과 특질이란 산림을 훼손하지 않기란 어렵다. 이건 마치 다양한 장르와 감성을 한 앨범에 녹여놓고도 뮤지션 개인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그 맥락을 유지하는 것 만큼이나 어렵다.

과거에는 자신만의 취향을 개발하기 위해 갖은 수고를 감내해야 했지만 오히려 그 점이 소중했다. 정보의 양이 적었으며 다분히 폐쇄적인 음원시장의 구조 속에서 리스너들은 의지와 열정을 가졌다. 음악을 찾아듣는 이런 노력은 한계 지어진 상황에서 오히려 호기심과 창의력을 발휘하는 소수 매니아들에게 통용되는 방법이긴 하지만 일반 대중들도 충분히 기민했다. 한국 대중음악의 호황이었다는 90년대,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공존하던 이 시대의 상황은 그런 노력을 분발하게 하는 충분한 토대가 되어 주었다. 매니아틱한 리스너들과 다수의 대중들은 기꺼이 수고를 감내하며 자신만의 리스트를 만들어 나갔다. 숨어있던 음악을 세상으로 끄집어내 내것으로 만들고 그 음악에 담긴 표현과 정서를 통해 다시 나를 바라보게 되는 그런 감각은 소중한 것이다. 굳이 취향이라는 오만한 단어를 끄집어내지 않더라도 '나' 와 연결되는 '음악'을 찾았을 때의 쾌감은 짜릿하다.

나는 청계천에서 해적판 LP를 사던 세대는 아니나 나 역시 나름의 전략으로 음악을 찾아 들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중2병 환자 마냥  '왜색'  글램록 밴드에 심취했던 진짜 중2 시절. 대구의 용산 전자상가인 교동 시장에선 일본 밴드들의 씨디를 불법으로 구워 팔았었다. 나는 친구를 통해 구린 음질로 들었던 엑스제팬의 음악에 빠져 교동 시장을 자주 들락날락 거렸다. 남들은 알지 못하는 음악을 듣는다는 어설픈 자만심을 가슴에 품고 말이다. 그렇게 씨디 사는 재미에 빠진 나는 일부러 구하기 어려운 씨디만을 찾았고 내가 묻는 음반에 대해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매장 점원의 얼굴을 보며 변태적인 쾌감을 얻었다. 그래서인지 돈이 없어서인지 사실 구입하여 소장한 씨디가 많진 않다. 그러나 당시 좋아하는 것을 위해 기꺼이 내 시간과 인내를 받치던 그때의 기억은 손쉽게 음원을 구하는 요즘에도 동일한 감각을 부여한다. 방식이야 어찌됐던 내 손에 들어온 음악은 허투루 듣지 않게 노력하는 것이다.

당시엔 대구쯤 되는 도시의 시내에도 각종 레코드 샵들이 있었다. 신나라 레코드, 타워 레코드 같은 대형 레코드 샵 뿐만 아니라 상권 외지에 골목 골목마다 중고 씨디와 LP를 파는 소규모 레코드샵도 있었다. 내가 위악적으로 찾았던 구하기 힘든 앨범들도 가끔 그 소규모 레코드샵에선 발견되곤 했다. 고딩 때 우연히 들은 유재하 유작을 구하기 위해 시내 곧곧을 돌며 앨범을 구하던 기억이 난다. 대구 시내의 모든 레코드샵을 누볐는데 결국 찾지 못 했다. 유재하의 앨범은 단종이었다. 그렇게 대구 시내 모든 레코드샵을 찾아 다니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것을 미루어 짐작해보면 당시엔 참 많은 레코드샵이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교보 핫트랙스와 한 두개의 대형 레코드샵이 전부다.

PC 통신이 성행하던 시절, 동호회를 만들어 서로의 음악을 공유하며 결성된 전설적 모던락 밴드들의 시대를 지나 드디어 음악 덕후들에게 신세계가 열렸다. 인터넷의 등장이다. 그러나 당시엔 각종 포털이나 음원시장이 지금처럼 확장된 형태가 아니었으며 인터넷을 통한 음악 듣기란 '소리바다' 류를 통한 불법 다운로드와 인터넷 방송이 전부였다. 나는 '세이 클럽'의 음악방을 통해 많은 음악을 접할 수 있었는데, 방장님은 친절하게도 당시엔 찾아 듣기 힘들었던 제3세계 음악이나 미국, 유럽 인디 음악들을 어렵사리 구한 본인 씨디로 들려 주셨다. 그러나 서로가 듣는 음악을 편리하게 공유하고 소통하는 유용한 공간이 되어주던 신세계는 이 편의성에 의해 재빠르게 오염 되어갔다. 마왕 신해철님의 '불법다운로드 받는 씹새끼들아 누구는 땅파서 음악 만드냐?'는 일갈과 함께 말이다.

그러나 인터넷 초창기 이런 무분별한 불법 다운로드는 오히려 음원시장 구조적 변화의 과도기로 봐야한다. 공짜로 음원을 다운 받는 일반 대중들에게 양심과 도덕만을 강요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손쉽게 공짜로 다운 받을 수 있는 통로가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길을 선택할 것이다. 그런 태도에 윤리적인 잣대를 씌우는 대신 제도와 시스템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결국 일종의 자정 작용과 제도 변화의 진통 끝에 지금과 같은 모습의 대형 포털과 음원 사이트들이 등장했다. 이런 포털과 사이트를 통한 음원 구매는 나름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가 존재 한다. 음원 수입의 이윤 분배에 관한 문제다. 음원을 만든 뮤지션은 터무니 없는 저작권료를 받으며 포털과 사이트에 자신의 음악을 세일즈 한다. 자신의 작품을 소개할 창구가 부족한 현실에서 수많은 뮤지션들은 어쩔 수 없이 대형 포터과 사이트의 찾을 수 밖에 없다.

'레디오 헤드' 같은 대인배 밴드는 팬들과의 소통이 뮤지션 본연의 임무라며 음원을 무료로 배포하긴 하지만 모든 뮤지션이 톰욕구 형처럼 대범하지 못하고 부자도 아니다. 대부분의 뮤지션은 정당한 이윤분배가 이뤄지지 않은 작금의 유통구조에서 피해를 보고 있다. 몇 년전 생활고에 시달리다 고인이 된 '달빛역전만루홈런'이 싸이월드의 음원 저작권료를 도토리로 받았다는 우스갯소리가 진담처럼 받아들여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인터넷 초창기, 음반을 불법 다운 받던 것은 그래도 음악을 소유하려던 욕망에 기인한 행동이었다. 어쨋든 그렇게 다운 받은 음악을 용량 작은 MP3에 옮기건 CD로 굽건 반복해 들으며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제 음악은 소유의 대상이 아닌 소비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MP3의 용량이 무한대로 커지면서 휘발성이 강해졌고, 음원수익 배분이 기형적으로 변질되면서 자본의 논리에 의해 음악들이 제작되기 시작했다.

음반 보단 단기적으로 히트를 치고 수익을 낼 수 있는 싱글에 중점을 두고 음악을 만든다. 포털과 사이트의 메인에 전시될 경우 대박날 가능성이 크기에 유리한 자리에 DP 되기 위해 혈안이 된다. 결국 음악도 소비재의 형태를 띠게 된다. 대형 포털과 사이트는 자신들과 협력관계인 대형 기획사의 음원을 전략적으로 밀어 주고 청취자들은 그만큼 선택의 폭을 제한 당한다. 이젠 더 나아가 방송사가 아에 뮤지션을 생산하고 대형 기획사에 토스를 한 뒤 포털을 통해 띄워주는 선반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중이다. 방송사가 본격적으로 음원 시장에 뛰어들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이런 조류 속에서 대중들은 '들을 음악이 없다'고 한탄 한다.

물론 인터넷을 통해 예전에는 차마 찾지도 듣지도 못했던 음악들을 편리하게 들을 수 있게 되었고 그 노출되는 양은 압도적이고 방대하다. 자신의 취향을 발굴해보려 음악의 광산에 이어폰을 꽂을 이들에겐 분명 좋은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음악의 폭발적인 전시는 아이러니하게 개인이 취사선택할 음악의 양을 한정지어 버리는 상황도 연출한다. 포털이 들려주는 음악이 결국 '내' 음악이 되고, 그들이 허용해 적극적으로 노출하는 만큼의 음악만 듣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인터넷을 담보로 한 무지막지한 편의성은 리스너이 음악을 찾는 수고와 노력을 줄여준 대신 찾아 듣는 음악과 그를 통한 개인의 '취향'을 만들 기회를 일정 부분 빼앗았다.

과거나 지금이나 음악을 찾아 듣는 수고를 충분히 감내하려는 사람들은 존재하지만 그건 언제나 소수의 영역이다. 살기도 힘든데 음악 듣는데 까지 땀방울 흘리기 싫은 대다수의 사람들에겐 인터넷이 주는 편의성의 유혹은 뿌리치기 힘들고 달콤하다. 또한 이렇게 쉽게 구한 음악은 대용량 MP3의 폴더에 갇혀 빠르게 휘발될 것이다. 친절한 편의 끝에 쉽게 얻어진 것(음원)은 관심을 호출하지 못하고, 그것의 가치를 생각하기도 전에 쉽게 버려기 때문이다. 몇 백원짜리 음악이 담긴 그 폴더 속에는 자신을 표현해주는 음악을 찾았을 때의 희열과 어렵게 구한 음반이 주는 감동이 틈입할 간격은 없다.


덧글

  • Laftel 2014/02/24 19:11 # 답글

    이제 블로그 안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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