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실직고 일상의자투리

공모전이 이틀 남았다. 고 한다. 엌~

그러하고 보아하니 저번주 우포늪 다큐멘터리 촬영하러 내려갈 때 (부록처럼 붙이자면 요새 난 입에 풀칠하기 위한 일환으로 경남에 있는 우포늪을 배경으로 한 다큐멘터리 사운드 오퍼레이터를 하고 있음 - 말이 좋아 오퍼레이터이지 운전 및 잡일 담당) 들으려 다운 받았던 레인보우99의 앨범이 이만치 익숙한 것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존나게 오랜 시간 동안 10페이지 남짓하는 단편 시나리오 조차 못 쓰고 있었던 것이다. 면서 또 어떤 철없는 연민 끝 발현되는 기구한 안온감을 얻기 위해 일기도 아닌 푸념도 아닌 것을 써내려가고 있다.

나보다 2살 많은 이른바 청년 논객 한윤형은 세대론 존나 싫다면서 내놓은 '세대론'에 관한 책에서 나같은 사람 움찔할만한 글을 끄적여 놓았다. '나는 다르다'는 자의식 과잉이 낳는 중2병의 증상은 '나는 이것도 알고 있다' 는 착각에서 나오는 것인데 사실 그 문장은 '나는 왜 이렇게 쓸데없는 것을 알고 있을까?' 란 질문으로 바투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객관적인 자기 인식 없이 낭만화된 자기 긍정은 남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중2병'으로 향하는 지름길이란다. 한윤형 개새끼.... 정확하다. 물론 개별화된 욕망의 층위를 같은 질량의 것으로 치환해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으나,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다르다'는 식의 자기 인식도 편협한 생각일 뿐이다. 내가 개인의 허영을 위해 투자한 시간 (이른바 문화적 교양을 쌓았던 시간)이 소중한 만큼 남들이 토익 공부하고 스펙 쌓고 신상 하이힐 사고 에르메스 백을 사고자 노력했던 시간들도 (그들 각자에겐) 소중한 것이다. 개개인이 추구하는 욕망의 가치를 윤리와 보편의 기준으로 이야기하진 않겠다. 다만 적어도 내 욕망을 나만이 가진 특별한 능력으로 착각하는 우를 범하진 말자.   

나는 글쟁이가 될 팔자는 아닌데, 진짜 글쟁이들은 눈을 뜨자 마자 자세를 고쳐잡고 책상에 앉아 무언가 끄적인다. 늘상 내가 이야기하는 공무원식 글쟁이. 그러니까 그들은 그놈의 영감과 뮤즈 따위 생까고 의연하게 펜대를 바로 잡는다. 그들은 시간이라는 서랍장 안에 쓸데없이 거행되는 책상정리와 정신병적인 공상과 실상 필요도 없는 텍스트 탐구 같은 별 시덥잖고 너저분한 잡동사니를 채워넣지 않는다. 조르바의 말이 떠오른다.  '처먹었으니 싼다.'  아닌가  '처먹었으면 싸야한다.'  였나?  암튼 이런 식의 말이었는데 (개인의 의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뒷문장의 뉘앙스가 더 마음에 든다.) 인풋 아웃풋이 매끄럽게 진행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잘 먹고 잘 싸는 것이 득도의 지름길인 것 처럼 글도 그렇다.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나'라는 위장을 통해 매끄럽게 소화시켜야 하며, '나'라는 프레임을 통해 왜곡을 여과시켜 본질을 응시해야 한다. 그렇게 써내려가야 좋은 글쟁이가 될 수 있다. 는 식의 결론이 나기에 나는 좋은 창작자가 될 운명은 아닌가부다.

쓸데없이 기타 실력만 늘어 곡도 써보고 가사도 붙여보고 하는 요량인데, 그리 나쁘진 않다. 윗윗 문단의 객관적인 자기 인식 없이 낭만화된... 이란 문장이 눈에 들어 오지만 진짜 '나쁘진' 않다. 좀 믿어 주길. 그러나 종례에 이 '나쁘진 않다'  것이 나의 발목을 잡는다. 아무리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흉내를 내보아도 '좋진' 않다. 결국 '좋은' 것과 '나쁘진' 않은 것 사이에서 방황하다 이도저도 아닌 밍밍한 맹물이 되어 버리곤 하는 것이다. 이러다 내 삶이 피폐한 기대와 들뜨다 이내 시들 설렘만으로 낭비되어 버릴까 좀 두렵다. 시간이 남아 돌아 책들을 긁어 모으고, TV프로그램과 영화도 좀 제대로 봐야 겠다는 생각에 글감을 뽑아내려 짱구를 굴려본다. 영화 시나리오는 항상 머리 속에서만 크랭크 인과 업 사이를 종횡무진 하는데 결국 그 진격의 걸음이 만들어 내는 뽀얀 먼지에 묻혀 다른 것들은 잘 보이지 않게 된다. 하여 써야하는 서평이나 칼럼 (뭐 대단한 것이 아니라 본 것들을 정리하는 수준의 대부분의 헛소리와 잡설 모음)들과 들어야 하는 음반, 서적, 만화책, 영화, 야구, 각종 티비프로그램.. (제길 졸라 많다.) 따위를 등한시 하거나 하루 일과 속에 제대로 배분해 넣지 못하고 있다. 정작 시나리오를 쓴다고 버팅기며 하는 짓이라곤 배깔고 방바닥 긁는 것에 불과한데 말이다. 흠.. 근데 또 생각해보면 텍스트와 컨텐츠를 채워야만 뭔가 나올거란 기대로 오덕질 하고, 뭔가 보고 듣고 하지 않으면 초조해 신경이 곤두서면서 정작 그런 것들이 결과적으로 시나리오 쓰는데 별 도움이 되진 않는다. 그런건 같다. 확실히. 왜 그럴까?

대단히 경멸하는 뉘앙스로 이야기하던 것들을 향해 욕망의 지형도가 완만해져 간다. 그러나 이건 한풀 꺽였다는 징후가 아니라 이제 좀 철이 들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또한 그래야만 한다. 그렇게 호도해 긍정을 읽어내지 않는다면 내 멘탈을 겨우 떠받치고 있는 처량한 방어기제가 쏜살같이 무너져 내릴지 모른다. 부정하고 조롱하는게 왠지 멋있어 보였던 시절, 그 때 가졌던 객기의 공허함을 이제야 좀 알겠다. 저항과 이상은 참말로 용감한 사람의 것이다. 비겁한 사람이 애써 가져봤자 그것은 객관에 몸을 기댄 나름의 주관적 합리화 과정 끝에 위선과 타협으로 끝내 뒤바뀌고 만다. 처음부터 내것이 아니었던 것을 가지려 했기에 내 20대는 불안했고 불행했다. 는 결론을 존나 쉽게 내고 있는 나는 또 뭔가?? 앜~~ 

10장짜리 단편 시나리오 한장 쓰려던 것일 뿐인데, 아주 통렬한 반성의 시간을 가지게 될 것 같아 이쯤에서 줄인다. 공모전 이틀 남았다. 앜~~~ 나태와 의지박약의 아이콘인 내가 결국 시나리오는 낼 수 있을 것인가?? 두둥 커밍 쑨~~~


덧글

  • 소박하고도 2013/07/03 14:29 # 답글

    홍래선배가 박현민 요즘 언론고시 준비중이라길래 우리 박현민이는 그럴 (성실한)아이가 아닙니다 라고 말했는데. 응모 잘 했음?
  • 개짖는소리 2013/07/04 01:00 #

    어 아슬아슬 냈어...다행인건지 헛된 기대만 또 하게되는건지 몰겠음..ㅋㅋ 하루 전날 겨우 초고 쓴거라 이거말고 다른 기회를 노려야지!!.. 박현민.. 열심히 공부중임.. 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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