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수도 있겠더라.. 할말없음

우리 엄마는 안 어울리게도 연초가 되면 산 좋고, 물 맑은 곳에 가서 가족들 점을 보고 오신다. 울 엄마는 그 나이 또래에 비해 교양과 소양을 자랑하시는 분이시라 의아하기도 하고, 어쩔 수 없는 옛날 사람의 포스가 흘러 넘칠 때는 짐짓 이해되기도 한다. 어쨋든 엄마는 점을 보고 와서는 들뜬 마음으로 '아들, 넌 하고 있는 일 쪽으로 상당 부분 성과를 내고 이름을 빛낼 거다' 라는 아무리 생각해도 미심쩍은(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흘려 놓으신다. 그럼 나는 '엄마, 그런 것 좀 믿지마 그거 다 상술이야.. 돈 벌려고 무슨 말을 못해' 라고 쏘아 놓는다. 뭐 사실 잘 될 거라고 예언해주는 점쟁이가 살짝 고맙기도 하다. 누구보다 걱정되는 아들의 장래를 그깟 몇만원으로 꽃 피울수 있다면 (믿음만일지라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내 잔소리가 귀찮아진 엄마는 점보러 다니는 아줌마들의 십팔번인 '용하기로 유명한 사람이래. 저번에는 앞집 김씨 아저씨 바람도...' 따위의 말 대신에 인생의 역학관계 천체의 운행, 동양 철학의 주역 등을 근거로 이 예언가의 신빙성을 변호하신다. 역시 울 엄마는 그 나이 또래에 비해 교양과 소양이 넘치시는 분이다. 어쨋든 여느 점쟁이와 다르게 인생의 역학과, 천체의 운행, 주역 따위로 내 미래를 봐주는 그 점쟁이는 가끔은 '미운' 소리를 하기도 한단다. 실제로 울 아빠의 (몇년전 직장에서 좌천되었던) 안 좋았던 사건을 기막히게 예언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몇년째 내 미래에 대해선 '착한' 이야기만 한다. 잘될거라고, 성공할거라고, 그러면 울 엄마는 신나서 나에게 전화를 한다. 여느 점쟁이와는 다른 그 예언가 선생, 확실히 고객관리 하는 법을 아는 것 같다. 내 장래를 장미빛으로 채색해주는 것만으로 울 엄마는 쉽게 지갑을 열 것이다.

미신이란게 종교라는게 멀리 있는게 아니다.
간절해본 적 없는 사람들의 자만을 보고 있자면 그들이 똑똑하다기 보다,
오히려 자신의 약함을 자랑하는 것 같다.

덧글

  • Laftel 2011/04/05 23:04 # 답글

    야. 8일 비온단다. 그냥 재롤이랑 소주 한잔 하자.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그 점쟁이한테 비 오는지 좀 물어보고
  • 미쓰장 2011/04/15 15:07 # 삭제 답글

    원래 아줌마들한텐 남편얘기는 나쁘게해도 자식얘기는 나쁘게하는거 아니거든..
  • 미쓰장 2011/04/15 15:10 # 삭제 답글

    어머 근데 니가 잘되지않을거라는 뜻은 아님 오해하지마..
  • 개짖는소리 2011/04/15 17:13 #

    ㅋㅋ 잘되고 안되고가 어딨노.. 기대도 안한다.. 그런 이야기 들으면 기분은 좋지 당연히..ㅎ
    근데 울 엄마는 나보다 울 아빠 더 좋아해.. 좀 잉꼬부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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