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의 마법은 아니고.. 일상의자투리

출퇴근 시간의 잠실역 2호선과 8호선 환승구역은 백사장의 모래처럼 빽빽하게 사람들로 들어차 있다. 출근의 찝찝함, 또 하루를 시작해야하는 권태감에 아무 표정 없는 사람들. 일을 끝낸 고단함과 지친 발걸음으로 건조하게 표정을 잃어버린 사람들. 그들은 관성 처럼 혹은 파도의 썰물과 밀물처럼 지하철 역을 부유한다. 눈치 없는 커플들만 재잘거리며 파도 위를 둥둥 떠다닌다. 그 속에서 나도 별반 다를게 없다. 있는 힘껏 인상을 쓴다. 아우슈비츠를 향하는 열차에 끌려가듯 억지로 몸부림 치며 지하철에 오른다.

내가 향하는 그 곳에 내 꿈이 있는게 아니듯, 지하철도 내가 가는 곳 그 자체가 아니다. 가기 위해 잠시 타고 내리는 통과점일 뿐이다. 미래를 위해 잠시 거쳐가야 하는 곳, 감내해야하는 것이 학원과 학교 그리고 직장인 것 처럼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곳에 오래 머물러 있기 보단 빠르게 지나가려 한다. 또 거기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기위해 말라버린 발걸음을 내딛는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쯤 어디선가 선연한 디스코 음악이 흘러나온다. 짧은 핫팬츠를 입은 여성이 음악에 맞춰 손가락을 연방 하늘에 찔러댄다. 사람들은 무관심하게 갈 길을 가기도 하고 그 아가씨를 신기하게 쳐다보기도 한다. 그냥 미친년인가? 그런데 어라.. 그 아가씨에게 손가락질 하며 훈수를 떨던 할아버지와 말끔하게 생긴 청년이 그 아가씨 뒤에 서더니 같이 하늘에 삿대질하기 시작한다. 점점 사람은 불어나 귤을 팔던 아주머니, 병장마크를 단 군인 총각, 목발 짚은 아저씨까지 모두 아가씨 뒤에 서서 신나는 춤사위를 벌인다. 길게 늘어진 사람들의 행렬만을 위용으로 삼던 지하철 환승구간은 어느새 똥그란 모양으로 부드러워져있다. 내 옆에서 '학생 저게 뭐하는 거야?' 라고 묻던 뽀글머리 아주머니도 내가 대답하려하기도 전에 정색을 하고선 그 춤의 행렬 속으로 미끄러진다. 얼이 빠져 사람들은 이 광경을 쳐다보고 있다.
심장 소리처럼 쿵쾅되던 음악이 멈추고, 춤을 추던 사람들은 무아지경의 시간을 빠르게 되감으며 다시 일상 속으로 녹아든다.
이건 마치 일상 속의 마법과 같은 일이다. 같은 얼굴로 다른 곳을 향해 가던 사람들이 다른 얼굴로 같은 춤을 춘다. 아무 일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아니 그게 당연한 사람들에게 신께서 축복을 내려주셨나? 이왕이면 돈을 떨어트려 주시지... 어쨋든 이건 마치 일상 속의 마법과 같은 일이다.

는 아니고. 이런 걸 두고 플래시몹이라고 한다. 플래시몹 놀이가 넷상에 떠돌아 다니고 항상 관심을 가지고 봐왔었다. 해서 요즘 학원다니고 학교 다닌다고 지하철 이용이 잦아지다 보니 사람들은 참 재미없는 얼굴을 하고 살아가는 것 같더라. 그 무미건조한 표정의 사람들도 뭔가 신나는 일 자기자신을 잃어버리는 일을 한번쯤은 꿈꾸며 살고 있을텐데. 그래서 그들이 갑자기 바쁜 걸음 멈추고 일제히 춤같은 걸 추고 놀면 재미있을거 같더라.



<마이클 잭슨의 Beat It으로 그의 죽음을 추모한 이 플래시 몹은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갔다>

이 플래시 몹이란 걸 간단히 설명하자면, 온라인으로 사람들끼리 약속을 정하고 특정한 장소에서 특정한 시간 동안 퍼포먼스를 벌이는 것을 말한다. 이 플래시 몹이 처음에는 단순히 박수를 치고, 소리를 지르는 1차원 적인 행위에 그쳤으나 스스로 진화하고 있다. 또한 유희를 좋아하는 인간의 속성상 발전의 속도가 매우 빠른 것 같다. 초창기에는 이 플래시 몹을 의미가 없는 단순한 놀이, 혹은 발작적 행위 정도로 평가했었다. 그러나 아무 목적없는 이 놀이가 금방 사라질거라는 잘난사람들의 견해와는 달리, 플래시몹은 다양한 매체와 결합하면서 목적과 의미를 담아내는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현대 미술의 해프닝이나 퍼포먼스와도 비견이 되기도 하지만 그것과는 전혀 다른 층위로 다루어야 할 것 같다. 탈캔버스를 이야기하며 미술의 범위를 무한정으로 확장하려 했던 소위 아방가르드한 예술들은 인텔리 냄새가 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플래시 몹은 대중들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예술이라기 보단) 놀이에 가깝다. 시작과 끝, 그리고 시연되는 장소가 불분명하고 충동적이고 황당하지만 그 마저도 사실은 엄격한 통제하에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그래서 요즘은 이 플래시 몹이 단순한 네티즌 사이의 유흥에서 벗어나, 예술가들의 도구로 이용되기도한다. 가장 큰 장점은 거의 모든 각도에서 촬영되는 영상(누구나 핸드폰을 꺼내들어 촬영을 할테니)과 몇 초만에 전세계로 퍼져나가(찍고 바로 유투브로 올리면 된다)는 확장성에 있다. 공연장이 어디든 될 수 있기 때문에 어디에서든 시연될 수 있다. 아래의 예를 보자.


<오페라 플래시몹 퍼포먼스>


< 악단과 오페라 플래시몹 퍼포먼스>

물론 이 플래시몹이란 것이 다른 이름으로 비슷하게 불리우며 예전부터 존재해왔었다. 무수히 많았던 길거리 예술가들도 그 모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장소에 대기 하고 있던 불특정 다수가 한가지 퍼포먼스에 동참한다는 점. 그리고 삽시에 사라진다는 점이 다르다. 또 갑자기 사라지는 게릴라성 공연이 전세계로 삽시간에 퍼지게 하는 것은 누구나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이나 핸드폰의 역할이 크다. 그들이 만나도록 서로의 약속을 정하고 모임을 갖게하는 것은 소셜네트워크 들이다. 결국 인터넷 세상이 가능케한 새로운 문화이며 기술의 발전 속도와 괘를 같이 할 것이다.

이런 새로운 문화를 가장 잘 빨리 캐치하는 광고업계에서는 (무수히 많은 xx녀들의 퍼포먼스를 통해) 플래시 몹의 장점을 적절하게 이용한 마케팅을 하고 있다. 또 이집트의 반정부 시위자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공지를 받고 한 장소에 집결한 것도 이 플래시 몹의 형태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마이클 잭슨을 추모하며 그의 추종자들이 춤을 추며 그를 추모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마치 저잣거리에서 탈춤공연을 하듯 대중들을 극안으로 끌어들이기도 한다. (위의 동영상을 보면 오페라 연기자들이 관객들과 함께 포크댄스를 춘다.) 즉 다양한 매체와 문화, 창의성과 결부되면 이 플래시몹은 끊임없이 다양한 형태로 발전할 것이다.

상상해 보시라. 언제 어디서 펼쳐질지 모르는 이 놀이의 매력을. 그 설레임을. 옆에 가던 아줌마 아저씨들이 갑자기 신나게 춤을 추는 모습을. 이 것이야 말로 일상 속의 마법같은 모습이 아닌가?


덧글

  • Laftel 2011/03/10 01:17 # 답글

    그래서 나는 가수다 리뷰는 안하냐
  • 개짖는소리 2011/03/10 02:04 #

    아직은 할 가치가 없음. 걍 그 시간에 kbs1 틀면 열린음악회에 다 나오는 얘들아니냐.. 황금 시간대 파격적 편성이니 방송상에선 볼 수 없는 가수니 너무 호들갑이고, 노래 잘하는 가수만 가수라는 전제로 출연가능한 이들을 스스로 좁히고 있음. 나오는 출연자들도 자신들이 죽어있는 가요계를 살리겠다고 오락프로도 불사한다고 의기투합한 것 같은데 사실 음악씬을 살리는게 아니고 걍 mbc 일밤을 살리는 것 밖엔 안됨. 다들 문제의 근원을 모르고 있음. 다르게 생각해서 알권리를 뺏긴 대중들에게 이런 좋은 음악도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 (마치 스크린 쿼터제 같은) 파격적으로 편성한거라면 스크린 쿼터제의 문제점 처럼 어차피 유명 팝가수들만 득보는 프로가 될거임.
    결국 가창력을 무슨 서커스처럼 이용해서 시청률 품팔이를 하는 것 밖엔 안됨. 결국 mbc는 재철이 오고 난뒤로 개실망 테크트리 타는 중. 나도 이소라 떨어지면 안 볼거임. 아직 1회 밖에 안된거라 내가 말한거 다 뒤집어 줬음 좋겠음. 일단 음향시스템이랑 카메라 배치, 편집 부터 해결했으면.. 기본도 안되어있음.
  • Laftel 2011/03/11 15:13 # 답글

    존나 롱런할 수도 있다. 한 2년 정도 뒤에는 태연, 박봄, 대성, 종현, 루나, 아이유, 임재범 있을 수도 있음
  • Sarah 2011/05/17 00:32 # 답글

    :구글에서 MJ 플래쉬몹 검색하여 놀러오게 되었어요~
    (소중한 게시글 감사드립니다) 2011 6월 25일 MJ 2주기 행사중 하나인,
    플래쉬몹 신청(5월 31일 마감. 스뭇크리미널/쓰릴러 6월 25일 마감) 알려드리고 싶어서요.
    많은 관심과 사랑 참여 부탁드려요; 춤과 음악을 사랑하는 지인분들께도 알려주셔요^^
    그럼 싱그러운 행복행운 가득한 한주 되셔요♧ Dog짖소님^^*~

    <마이클잭슨 2주기 플몹블러그> http://blog.naver.com/immortalmj
    이곳 '신청하세요' 에 댓글 또는 쪽지 보내주시면 되세요♧ 꼭 방문해 주셔요, 어색해 말으시고 참여신청두요♥
    20110625 우리모두 다함께 우리의 사랑스러우 신(神^^;)
    Michael JacksonNim을 대한민국땅에 부활시켜 드려 보아요~ We Love Michael More♡
    ps: 5월 29일 일요일 홍대 상상마당과 홍대점 민들레영토 근처 W DANCE(지하1층)에서
    2시부터 플몹연습있습니다^^ 참고해 주셔요~ http://club.cyworld.com/wdance1
  • 개짖는소리 2011/05/17 04:37 #

    ㅋㅋ 반갑습니다 dog짖소라는 어감이 좋은데요.. 저는 몸치에 사람앞에 잘 못 나서는 소심남이라 ㅋ 나중에 퍼포먼스할때 눈팅하러 갈께요... 맘변하면 신청도 하겠습니다ㅋ부럽네요 재밌고 멋있는 플래시몹 기대할께요...
  • Sarah 2011/05/24 01:14 #

    신청은 스무스크리미널은 5월31일까지이고 쓰릴러는 6월 25일 당일 신청가능하십니다.^^

    참가못하시더라도, 위 블로그에서 공지 게시글
    http://blog.naver.com/immortalmj/50110200056 플래쉬몹홍보영상
    위 주소를 카페나 블러그 각 쇼셀 네트워트 등지에 스크랩해 주시면 간접적으로 참가하실 수 있습니다.

    1~2분안의 짧은 춤동작이니 몇번 연습하시면 다 하실수 있으셔요^^
    왕소심이라도 몸치라도 다 하실수 있으셔요^^~Dog짖는소리님^^ God Bless You♥

    ps: 스뭇크리미널 동작중 개다리 춤이 있는데, 전 dogleg춤이라고도 불르고 있답니다^^;
댓글 입력 영역